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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부스트캠프 과정에서부터 인턴 입사, 그리고 정규직 입사까지의 강렬한 기억들을 남겨놓고자 한다. 

2022년 부스트캠프, 그리고 그 후

부스트캠프 7기 iOS 과정 입과 전 가까운 친구로부터 곧 채용 절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엔 부스트캠프부터 일단 합격해야 하기에 머나먼 미래라고만 생각했지만, 막상 부캠에 합격하고 챌린지, 곧이어 멤버십 과정에 입과하고 나니 점점 더 분위기가 악화되었다. 부스트캠프와 채용 연계를 맺고 있던 스타트업, 그리고 유명 대기업까지 하나둘씩 채용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 캠퍼들끼리는 자조적으로 "최악의 세대"라는 말을 이따금씩 했다. 나를 비롯한 우리팀 역시 10월부터 시작한 그룹프로젝트의 당시 멘토님으로부터 취업 상담을 받기도 했는데, (나로서는) 최악의 경우, 해외(일본? 싱가포르?) 취업까지도 염두에 두어야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아니면 조그마한 기업에 박봉으로라도 가서 취준을 해야겠다는 다짐 역시 하고 있었다. 

 

하나둘씩 닫는 채용 공고를 닫지 않았던 (기억하기로는)유일했던 곳이 W모 회사였다. iOS/Android만 모집했는데 당연히 가장 좋은 회사였다보니 거의 모든 캠퍼가 지원할 것이 자명했고, 물론 나도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하지만 기대는 할 수 없었다. 부스트캠프를 하면서 정말 잘하시는 분들의 코드로부터 뚜까맞던 내 실력이었고, 우리 그룹프로젝트가 겉으로 화려하거나 눈에 띄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배부른 소리지만, 사실 2022년 하반기 정말 치열하고 여유없게 생활했던지라 조금은 쉬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지원 안해서 나중에 채용 공고 안올라온다고 후회나 하지 않고자 했다. (내가 나에게 하는 일종의 책임회피적인 측면도 있다.) 어차피 지금까지 그래왔듯 서탈할테니 부스트캠프 과정이 끝나면 길게 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서류가 붙었고, 곧이어 서류 붙은 사람이 생각보다 몇 명 없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순간 멍하고 이거 어쩌나 싶었지만, 하루 뒤 코딩테스트, 사흘 뒤 면접이었기에 남은 시간 열심히 준비했다. 코테는 그럭저럭 봤지만, 오랜만에 시작한 CS 공부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나올법한 특정 과목에만 선택과 집중을 했고, 친구의 도움까지 받아 준비했지만, 단기간 기억력이 잼병인 나로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내용을 때려박을 수 없었다. 결국 면접 한시간 전 사실상 체념한 채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관분들께서는 면접 초반에 우리가 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질문해주셨는데, 부스트캠프 수료 후 채용 관련 행사에 회사관계자들이 하나도 오지 않았던지라, 해주시는 질문들이 너무 반갑기도 하고 감사하다는 생각마저 들어 신나게 대답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CS 질문은 제대로 대답한 것이 없었다. 이 과목, 이 주제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주제들은 하나도 질문받지 못했다. 면접 종료 후 '그럼 그렇지' 심정으로 에어팟을 꽂고 면접 준비 하느라 미뤄왔던 설거지를 하고, 카페에 공부나 하러 나가려던 참이었다. 면접이 끝난지 두시간정도 지났는데 메일이 와 있었다. 나는 으레 받아왔던 "안타깝게도"로 시작하는 문장을 빠르게 찾았지만 왠일로 발견되지 않았다.

첫 감정으로 기쁨보다는 전혀 현실감이 없어 당황스러움에 가까웠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 하는 마음과 함께.

대학 합격보다도 강렬한 기억이었다.

 

인턴 8주 (2022.12.26 - 2023.02.17)

인턴 과정은 총 7주간 수행하는 다소 긴 호흡의 과제를 부여받아 수행하고, 중간발표/최종발표로 평가받는 과정이었다. 근데 우리 부서의 iOS 인턴들은 다 내가 부스트캠프에서 한 번씩 같은 조를 했던, 그것도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던 두 명이셨다. 그래서 목표는 '정규직 전환' 보다는 '다음 이력서를 위한 자소서 거리/프로젝트 경험 및 피드백' 확보가 되어버렸다.

전의 나였다면 8주간 상당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생활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캠에서 5개월 과정을 수행하며 구현에 대한 일종의 '전투력',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만 다하면 된다는 마인드를 습득한 것 같다. 회사에선 시키지 않았던 일종의 '주간 스크럼'을 회사 내 회의실을 잡아 인턴분들과 함께하고, 각자 생각하고 있는 설계 방향, 구현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외로운 싸움만 하기엔 내가 너무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아서 하고 싶었던 거지만, 같이 했던 인턴분들이 감사하게도 함께 해주셔서 가능한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에 내가 쓸만한 내용을 공유한건 딱히 없었고, 일방적으로 내가 많이 배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너무 기분좋게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다.

우리에게 배정된 멘토님도 원래 원격 근무 타입이셨는데 우리로 인해 매주 오피스에 나와 함께 해주셨다. 과제 항목에 대한 질문과 함께, 프로젝트의 구조적인 고민, 테스트에 대한 고민을 주로 털어놓았고, 오피스에 나오시지 않은 날에는 화상회의로까지도 알려주셨다. 사실 대학생(이자 취준생)이 현업자에게 프로젝트 구조와 같이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거의 없다보니 더더욱 나로선 귀한 시간이었다.

 

5주가 지난 시점에 진행했던 중간 발표에선 N명 중 내가 첫 순서가 되었다. 막 대단히 잘 발표해야겠다는 심정보다는, 리더님들한테 내가 고민했던 것들, 구현한 방향을 확인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맞다고 생각한대로 프로젝트 구조를 짜고 구현을 했고, 이걸 리더님들께 확인 받고자 했다. 더 정확하게는 부스트캠프 그룹 프로젝트 때 우리 팀이 고민하고 구조를 짰던 방향이 맞는지 확인 받고 싶었다. (과제의 요구사항이 그 때 우리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발표 중간 중간에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참석하신 리더님들 중 제일 높은 리더님이 질문을 꽤나 많이 던지셨다. 발표 중간에 질문이 들어 올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어서, 당황하고 말문이 막혔을 법 한데, 어째서인지 이렇게 저렇게 내가 생각한 답변을 해나갔다. 그런 긴장되는 자리에 서면 굳어버리는 나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또는 사람이 바뀌었나..) 싶기도 하다. 7주간 주구장창 짜던 프로젝트라 무아지경이 되었던 것 같다.

8주차의 최종발표 역시 내가 첫 순서였고, 그 시간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발표가 끝나고 시원할 만도 한데 뭔가 찜찜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놓친 부분을 최종발표 질문타임에 지적받아서도 그랬지만, 딱 프로젝트 요구사항만 구현하고 끝낸 것 같아서다. 물론 그 요구사항에 대해 고민도 많이하고 충실하려고 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가득했다. 요구사항을 어느정도 다 구현하고나니 최종발표일이라 추가적으로 이것저것 하지 못하기도 했고, 채용 분위기 역시 좋지 않아서도 그랬던 것 같다. 최악의 경우 아무도 안뽑힐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인턴들끼리 정말 친하게 지냈고 또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어서 더 아쉬웠다.

 

정규직 전환

2월 17일에 인턴이 종료되고, 그 후 2주 동안은 국내 여행을 다니며 보냈다. 그 중간 중간 계속 이메일을 확인했지만 결과 메일이 오지 않았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메일이라도 빨리 받아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과가 온 날은 인턴이 종료된 지 2주가 거의 되었을 무렵인 목요일이었다. 오후에 결과를 기다리다 지쳐 낙원상가에서 건반을 사오려고 샤워를 마친 시점이었다.

 

감당하기 힘든 기쁨과 함께 역시 '우째서 날..?' 싶은 심정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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